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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Slowly (Cover)

Original song by Ed Sheeran

2025-10-21

이번 작업은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언어의 곡에 도전했을 뿐만 아니라, 편곡 과정에서 제가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1. 선곡 계기

몇 주 전 전주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에드 시런의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울림이 너무 좋아 앨범 전체를 북마크해두고, 돌아와서 전 곡을 정주행했습니다.

그중 유독 이 곡의 가사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6/8박자 특유의, 느린 듯하면서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넓은 호흡으로 담아내는 전개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사가 가진 힘이 컸습니다.

누군가를 깊이 좋아하는 마음이 때로는 같은 크기의 상실감으로 다가오고, 그 감정이 스스로를 잠식하는 듯한 느낌. 그러면서도 끝까지 소중히 하고 싶은 마음.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과거에는 영어 가사 곡의 커버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언어로 노래하고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족한 실력임에도 용기를 내어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2. 편곡

이번 곡 역시 드럼과 건반을 제외한 모든 파트를 직접 연주하고 녹음했습니다.

  • 악기 구성과 선택: 드럼은 녹음 환경과 장비의 제약이 크고, 건반은 완성도 높은 가상악기로도 충분히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두 파트는 퀄리티를 위해 로직의 세션플레이어를 활용하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질감인 기타, 베이스, 보컬 녹음에 집중했습니다.
  • 텍스처의 변화: 원곡에서 어쿠스틱 기타가 주도하던 코드 진행을, 의도적으로 어둡고 서정적인 톤의 피아노로 대체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는 리듬과 코드를 담당하기보다, 곡의 전체적인 질감을 보조하는 역할로 사용했습니다.
  • 시간의 흐름별 악기 편성: 1절은 피아노, 패드, 어쿠스틱 기타로 미니멀하게 진행하다, 1절이 끝남과 동시에 드럼, 베이스, 일렉 기타가 함께 진입하며 감정이 고조되는 전개를 사용했습니다. (물론 원곡의 구성을 차용했으며, 대중음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빌드업 방식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3. 프로덕션

이번 작업은 기술적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많았습니다.

  • 기타 더블링: 드디어...사운드의 폭과 질감을 더하기 위해 기타 더블링을 본격적으로 시도했습니다. 여러 테이크를 녹음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물의 밀도감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었습니다.
  • 베이스 라인: 기본 근음 연주를 바탕으로 하되, 2절 프리코러스와 아웃트로에 멜로디 라인을 추가했습니다. 특히 아웃트로에는 16비트 기반의 프레이즈를 넣어, 그간 연습해온 테크닉을 녹여내려 노력했습니다.
  • 보컬 에디팅: 멜로다인을 본격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이전 커버곡에서 단순 음정 보정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한 음절 한 음절을 분리하고 치찰음을 제어하는 등, 훨씬 더 섬세한 보컬 에디팅을 진행했습니다.

4. 톤

이번 녹음을 통해 제 편곡의 방향성이 '톤 깎기'에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보컬 톤은 상대적으로 고주파 대역을 살려 선명하고 시원하게 가져가고, 어쿠스틱 기타 역시 특유의 '찰칵'거리는 피킹 사운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베이스와 일렉 기타 톤은 의도적으로 하이를 깎아내는 것이 저의 확고한 취향인 듯합니다.

녹음 단계에서부터 악기 자체의 톤 노브를 조절했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동시에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톤이죠.

이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묵직한' 느낌이야말로 제가 추구하는 소리입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전에 시도했던 국악기 편곡은 톤이 다소 날카롭고 곡에 잘 융화되지 못해 저의 색을 담아내는 데 실패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 방향성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5. 마치며

작업 과정에서 사소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가사를 검색해 처음 나온 결과를 그대로 사용했더니, 해당 가사가 틀린 부분이 있었고 원곡의 의도와 미묘하게 다른 버전의 가사로 녹음이 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크로스체킹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겠습니다.

이번 곡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탐색하며 제가 좋아하는 사운드를 찾고, 그것을 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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